서론
다제내성균은 3가지 계열 이상의 항생제에 내성을 보이는 세균으로 정의한다. 다제내성균은 의료관련감염의 주요 원인균으로 폐렴, 균혈증, 복강 내 감염, 카테터 감염 등을 일으킨다. 다제내성균으로 인한 감염증은 항생제 감수성 세균이 일으키는 감염증에 비해 예후가 나쁘다[1,2]. 대표적인 다제내성균은 methicillin-resistant Staphylococcus aureus (MRSA), vancomycin-resistant S. aureus, vancomycin-resistant enterococcus (VRE), carbapenemresistant Enterobacterales (CRE), carbapenem-resistant Pseudomonas aeruginosa (CRPA), carbapenem-resistant Acinetobacter baumannii (CRAB)이다. 우리나라에서 2017년부터 2019년 사이에 균혈증을 일으킨 12,578 균주를 분석한 연구에서 S. aureus의 49.6% (1,059/2,134)는 methicillin 내성이었고, Enterococcus faecium의 38.1% (333/873)는 vancomycin 내성이었다. Escherichia coli의 0.2% (12/5,345), Klebsiella pneumoniae의 1.4% (30/2,110)는 ertapenem 내성이었다. P. aeruginosa의 21.3% (104/488), A. baumannii의 90.5% (542/599)는 imipenem 내성이었다[3]. 2018년부터 2019년 사이에 요양병원에서 전원된 환자들의 다제내성균 보균율을 조사하였을 때 MRSA 보균율은 19.5% (81/415), VRE 보균율은 17.1% (71/415)였다[4].
세계보건기구는 다제내성균 감염증을 항균제 치료에 대한 반응이 나쁘다는 점, 발생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 치료에 사용할 수 있는 항균제가 거의 없다는 점을 고려하여 앞으로 다가올 10가지 국제 보건 위험요인으로 분류하였다 [5]. 다제내성균은 여러 계열의 항생제에 동시에 내성을 보이기 때문에 다제내성균이 일으킨 감염증의 치료에 사용할 효과적인 항생제가 적거나 없는 경우도 있다. 미국감염학회에서 발표한 CRE, CRPA, CRAB 감염증의 치료 지침 에서는 ceftazidime-avibactam, imipenem-cilastatin-relebactam, meropenem-vaborbactam, cefiderocol, eravacycline, plazomicin과 같은 새롭게 개발된 항균제들의 사용을 추천하고 있다[6,7]. 이러한 약제들은 미국 식품 의약국(Food and Drug Administration, FDA)이나 유럽의 European Medicines Agency (EMA) 승인을 받아 여러 나라에서 시판 중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아직 위에 열거한 새로운 항균제들의 도입이 이루어지지 않아 다제내성균 감염증을 치료하는 임상의사들은 치료 지침에서 추천하는 최적의 항균제를 사용하지 못하고 대안으로 고려할 수 있는 항균제를 투여해야 하는 어려움을 경험하고 있다.
새로운 향균제 도입의 필요성
다제내성균은 동시에 여러 가지 항균제에 내성을 보이기 때문에 사용할 효과적인 치료제가 제한적이다. MRSA는 methicillin에 내성을 보이는 S. aureus를 뜻하지만 methicillin을 포함한 penicillin 계열 항균제, cephalosporin 계열 항균제에 모두 내성이며, macrolide 계열 항균 제, fluoroquinolone 계열 항균제에도 흔히 내성을 보여 vancomycin과 같은 glycopeptides 계열 항균제가 으뜸 치료제이다. CRE는 piperacillin-tazobactam과 같은 광범위 penicillin 계열 항균제, cephalosporin 계열 항균제, carbapenem 계열 항균제, fluoroquinolone 계열 항균제에도 흔히 내성을 보여 적절한 치료제 선정에 어려움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다제내성 그람양성세균 중 MRSA가 일으킨 감염병에 대해서는 vancomycin 혹은 teicoplanin을 투여하며 vancomycin-resistant S. aureus, VRE에 대해서는 linezolid 혹은 daptomycin을 투여하고 있다. 다제내성 그람음성세균 중 CRE, CRPA, CRAB가 일으킨 감염병에 대해서는 주로 colistin 단독 혹은 colistin과 다른 약제를 병합 투여하고 있다.
다제내성균에 대한 새로운 항균제의 개발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고 2009년부터 2021년 사이에 미국의 FDA, 유럽의 EMA는 다제내성 그람양성세균에 대한 치료제로 telavancin, oritavancin, dalbavancin, ceftaroline, lefamulin, delafloxacin을, 다제내성 그람음성세균에 대한 치료제로 ceftazidime-avibactam, imipenem-cilastatin-relebactam, meropenem-vaborbactam, cefiderocol, eravacycline, plazomicin을 사용 승인하였다[8,9].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새로운 항균제 도입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환자를 진료하는 임상현장에서 적절한 치료제를 선택하지 못하는 어려움이 점차 커지고 있다. 2009년 이후 우리나라에 새롭게 도입된 다제내성균에 대한 항균제는 tigecycline (2007), doripenem (2010), zabofloxacin (2015), ceftolozane/tazobactam (2017), daptomycin (2021)이 있고 위에 열거한 대부분의 항균제는 아직 도입되지 않았다[10].
다제내성균에 대한 새로운 항균제 도입은 국가 차원의 시급한 과제이다. 우리나라에서 다제내성 그람양성세균에 대한 치료제로 linezolid와 daptomycin의 처방이 가능한 반면, 다제내성 그람음성세균에 대한 새로운 치료제는 도입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최적의 치료가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우리나라에서 CRE, CRAB, CRPA 감염증에 대해 흔히 사용하고 있는 치료제는 colistin 혹은 colistin과 다른 항균제의 병합 투여이다. 하지만 colistin은 약제 감수성 검사 시행이 표준화되어 있지 않은 점, 효과가 베타락탐 항균제보다 부족한 점, 신독성 발생률이 높다는 문제가 있다[11,12]. 2022년 2 월 미국감염학회에서 발표한 CRE, CRPA, CRAB 감염증에 대한 치료지침에서는 위에 열거한 ceftazidime-avibactam, imipenem-cilastatin-relebactam, meropenem-vaborbactam, cefiderocol, eravacycline, plazomicin의 투여를 추천하고 있고 현재 우리나라에서 사용하고 있는 colistin은 으뜸 치료제 목록에 들어있지 않다[6,7]. 이러한 지침의 근거는 새롭게 허가 받은 약제들에 대한 임상시험의 결과들이며 연구대상 환자수가 적은 단점이 있는 연구들이지만 대부분의 연구에서 새로운 항균제의 효과가 colistin이나 carbapenem과 같은 기존 약제들에 비해 동일하거나 우수하였다[11,13-16].
다제내성균 감염은 많은 국민들에게 심각한 보건 위협이 되고 있다. 2017년 10개 병원에서 시행된 연구에서 MRSA, CRE, CRAB 균혈증 환자의 3개월 사망률은 각각 30.4% (79/260), 55.0% (11/20), 63.2% (55/87)였다[17]. 우리나라에서 MRSA, VRE, CRE, CRPA, CRAB 균혈증으로 인한 연간 사망자수는 3,280명으로 추정되며 예측모델을 통해 추정한 의료비를 포함한 사회경제 손실은 연간 2억 불이 넘는다[17]. 다제내성균의 발생을 줄이려면 원인 세균에 대해 효과가 있는 항균제 중 가장 항균 범위가 좁은 약제를 선정하여 치료가 필요한 최소 기간만 투여하는 항생제 스튜어드십의 적용이 필요하다. 대한감염학회와 대한항균요법학회는 상기도감염, 연조직감염, 지역사회 폐렴, 골관절 감염 등의 여러 임상 질환에 대한 진료지침을 발표하여 적절한 항생제 사용을 유도하고 있다[18-21]. 대한감염학회와 대한항균요법학회는 2021년 우리나라 진료 현장에 적용할 항생제 스튜어드십 지침을 발표하였지만 대다수의 병원에서 항생제 관리를 담당할 감염 전문 의료진의 부족으로 지침이 잘 이행되고 있지 않다[22].
다제내성균 감염증은 발생률이 증가하고 있고 감수성 세균 감염증에 비해 사망률이 높다는 점에서 서둘러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다제내성균 감염증의 해결에는 국가적 노력이 필요하다. 항생제 스튜어드십을 통해 적절한 항균제 사용을 유도하여 다제내성균 발생을 줄이기 위해서는 감염 전문인력이 필요하나 대부분의 병원에서는 감염 전문의가 부족하여 제대로 항생제 스튜어드십을 적용하지 못하고 있다[23]. 다제내성균의 치료에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항균제 도입이 지연되고 있는 것은 낮은 국내 항생제 가격 책정에 대한 우려로 국제적 제약회사가 새로운 항균제 도입에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다제내성균 감염증의 발생을 줄이고 치료 성적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감염 전문의 인력을 늘리고 새로운 항균제를 도입해야 하지만 우리나라의 현재 의료 체계에서는 이러한 노력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다제내성균 감염증으로 인한 국가적 피해를 고려한다면 국가는 항생제 관리를 통한 다제내성균 발생률을 줄이려는 노력이 잘 이루어지도록 감시, 독려하여야 하고 다제내성균 감염증의 치료에 사용할 새로운 항균제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