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오늘날에도 소득수준이 낮은 일부 개발도상국에서는 안전한 수술 및 마취 서비스가 보장되지 않는 게 현실이다.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 WHO) 발표에 의하면, 세계 인구의 2/3 이상인 50억 명의 사람들이 여전히 적절한 시기의, 충분한, 양질의 수술과 마취관리를 받지 못하고 있다[1]. 오늘날 수술적 치료로 충분히 완쾌 가능하다고 알려진 질병이 일부 취약 지역에서는 여전히 영구적 신체적 장애 발생의 주요 원인이라고 발표하였다.
이에 세계마취과의사연합회(World Federation of Societies of Anesthesiologists, WFSA)와 WHO는 시기 적절한 수술적 치료 시행과 최소 안전요건을 갖춘 마취관리, 그리고 적정한 수술기법이 환자안전을 보장하는 의료체계의 필수적인 요소임을 주장하였고, 구현에 필요한 최소한의 필수요건들을 제정하고 홍보하였으며, 일부 개발도상국 의료기관들이 구현가능하도록 돕기 시작했다[2].
우리나라의 경우, 매년 의료기관 인증시스템을 거치는 대형의료기관을 통해서, 전 국민을 상대로 가격대비 고품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국가적 자부심에도 불구하고, 소규모 외과병원 및 의원(주로 성형외과의원)에서는 사망 및 심각한 후유증을 동반하는 의료사고가 발생하고 있으나 이에 대한 정확한 통계조차 갖고 있지 않고 있다.
만약 WFSA와 WHO의 수술 안전 최소 기준을 국내 실정에 맞게 변형하여 제정하고, 기존의 대형의료기관의 국내 의료기관 인증체계에 해당되지 않는 소형병원 및 의원들에 적용을 확대해 나간다면, 소형의료기관 스스로의 변화 노력과 투자를 유도할 수 있고, 아울러 인증기관 홍보를 통해 수술환자의 선택과 이용을 독려하고 부적합한 선택을 방지함으로써 국내 소형의료기관 수술환자의 안전을 크게 도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수술실 안전기준의 국외 현황
1992년, WFSA에서 처음으로 수술환자 마취안전기준을 발표하였다. 이후 2008년, WHO는 안전한 수술이 생명을 구한다는 의미로 ‘Safe Surgery Saves Lives’를 발족시켰으며, 이의 한 부분으로 이 기준을 보완 발표하였다. 2018년에는 이를 국제적 표준화된 기준으로 만들어, 취약한 개발도상국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이 기준을 권장하고 있는 상태이다[3]. 이에 대한 자료는 WFSA 홈페이지에서 접근이 가능하다[4]. 이 기준에는 크게 다음과 같은 항목들이포함된다.
1. 마취 전문 의료진
안전한 수술과 마취를 위해서는 효과적인 소통과 팀워크가 필요하다. 모든 마취 제공 의료진은 각국이 인정하는 표준에 맞게 훈련되어야 한다. 언제 어디서나 항상 마취는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에 의해 시행 및 감독되어야 한다.
국내 소형병원 및 의원의 수술실 현황
국내 성형수술 분야는 중국 및 아시아를 비롯, 전 세계적으로 발달된 분야로 각광받고 있다. 하지만, 이를 시행하는 상당수의 국내 소형병원 및 의원의 수술실 환경은 WFSA와 WHO의 최소인력 및 시설기준에 크게 미치지 못하여 환자에게 안전한 수술 및 마취관리를 제공하기에 역부족인 상황이다. 최근 자주 접하는 성형수술 중 사망 및 불가역적인 뇌손상과 관련된 의료사고 발생은 부적격한 마취 의료인력과 열악한 수술실 시설 및 환경이 원인이었다. 이를 단순히 의료사각지대에서 발생한 일과성 에피소드로 간주하기에는 발생빈도나 후유증이 상당히 심각한 수준이며, 사고의 대부분이 비전문적인 의료인력, 열악한 인력 및 시설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특히 수술환자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인적 그리고 시설기준에 대한 국내 의료기관 평가가 소형의료기관에 전혀 적용되지 않고 있으며, 수술자체가 의료 급여체계에도 속하지 않아(비급여 미용 및 성형수술, 외국인 환자) 그 취약성의 정도 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표준화된 필수요건에 대한 통일된 체크리스트 부재로 인해 각 병원이 자율적으로 이를 관리하고 준비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적절한 수술환자 마취안전기준의 도입방향
국내 소형의료기관 및 성형외과의원에의 수술환자 마취안전기준 도입은 이곳에서 시행되는 수술 중 환자안전을 보장하는 수술 및 마취 최소 인력 및 시설기준을 제시하기 위함이다. 이를 통해 모든 환자가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에 의해, 표준화된 마취장비 및 안전장치들을 갖춘 수술실에서 수술 받고, 수술 전후, 그리고 회복 과정에서까지 표준화된 마취관리를 받을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특히, 미용 및 성형수술에 있어 환자안전을 위한 수술 전후 안전성 제고를 위해 시행되어야 할 사항들 중 하나로 마취안전을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는 의견은 이미 제시된 바 있다[5]. 전신마취, 깊은 진정, 중등도의 진정이나 부위마취(척추마취, 경막외마취, 주요 상하지 신경차단) 하에 시행되는 수술을 시행하는 성형외과의원을 비롯한 모든 의료기관에서는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 적정한 수술 및 마취 보조인력, 약제와 치료기구, 그리고 설비와 공간을 갖춰야한다. 다만, 국소마취만을 필요로 하는 표면상의 시술이나 최소 진정을 하는 장소에는 해당하지 않으며, 최신지견에 따라 주기적인 수정이 따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