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허 취득 후 의료윤리교육

The revision of the ethical codes and guidelines of the Korean Medical Association

Article information

J Korean Med Assoc. 2017;60(1):24-31
Publication date (electronic) : 2017 January 24
doi : https://doi.org/10.5124/jkma.2017.60.1.24
1한양대학교 의과대학 의료인문학교실
2대한의사협회 중앙윤리위원회
3대한전공의협의회
1Department of Medical Humanities and Ethics, Hanyang University College of Medicine, Seoul, Korea.
2Central Ethics Committee, Korean Medical Association, Seoul, Korea.
3Korean Intern Resident Association, Seoul, Korea.
Corresponding author: Sang Ho Yoo. karmaboy@hanyang.ac.kr
Received 2016 December 01; Accepted 2016 December 17.

Abstract

This article provides an overview of medical ethics education for practicing doctors in Korea, focusing on its aims, objectives, content, pedagogical methods, educators, and key issues and challenges for future development. Education on medical ethics for practicing doctors in Korea started relatively recently on a small scale, based on the initiative of a few specialty boards. Currently, no formal aims and objectives for medical ethics education for practicing doctors have been proposed, and no formalized curricula have been developed by any specialty boards or by the Korean Medical Association. In the educational programs that currently exist, lectures are the predominant teaching method, and only a few educators who are doctors specializing in medical ethics deliver all those lectures. Thus, there are many issues and challenges in the Korean medical environment that must be thoroughly investigated and overcome. Nevertheless, medical ethics is an integral part of the medical profession and should be taught at all levels of training, including undergraduate, graduate, and postgraduate.

서론

의사가 사회로부터 부여받은 책무 중 하나는 자신의 전문 적 능력과 소양을 꾸준히 개발하고 발전시키는 것이다[12]. 예를 들어 20여 년 전에 배운 지식과 기술만 가지고 환자를 진료하는 것만큼 위험한 일도 없을 것이다. 의사는 무엇보다 도 환자에게 해를 끼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되며, 자신의 능력 부족으로 해를 초래한다는 것은 더더욱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이런 책무는 개개의 의사에게 요구될 뿐 아니라 의사단체에게도 요구된다. 의사단체는 회원 의사들이 능력을 유지하고 발전시킬 수 있도록 교육기회를 제공하고 이를 관리해야 할 책무를 진다.

그런데 이런 전문적 능력과 소양은 단순히 임상능력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의사라는 전문직에게 직업적 가치관 은 임상능력과 함께 필수적으로 갖추어야 할 요소이며, 특히 생명을 다루는 의사의 직업관에는 윤리성이 반드시 포함 된다[3]. 따라서 의사를 대상으로 한 의료윤리교육은 필수적 일 뿐만 아니라, 의사가 되기 전 교육과정에서부터 의사가 된 이후의 임상 활동 시기에도 지속적으로 실시되어야 한다. 그런데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의사면허를 취득한 현직 의사를 대상으로 한 의료윤리교육은 교육대상의 특성과 처한 환 경으로 인해 보다 더 중요하고 시급하게 다루어야 할 필요가 있다. 현직 의사들은 의료현장에서 업무를 수행하면서 실제 환자와 관련된 다양한 윤리적 문제를 접하게 되고[4], 이들 문제의 상당수가 딜레마적 특성을 갖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며[5], 이를 통해 경험과 대처능력을 쌓아나가기도 하지만 여러 형태의 도덕적 스트레스를 겪게 되고[6], 일부 의사들의 경우 윤리적 일탈 행위를 직접 하게 되거나 목격하게 된다[7]. 이에 대한 가장 효과적이고도 선제적인 대처가 바로 의료윤리교육일 것이며, 이 교육을 통해 보다 나은 환자 진료와 사회가 바라는 의료의 정립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이번 논문에서는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의사면허를 취득한 의사(이하 현직 의사)를 대상으로 한 의료윤리교육의 현황이 어떠한지를 먼저 알아 본 후, 교육의 목적, 구체적인 교육목표와 내용, 교육방법과 교육자, 교육의 쟁점과 과제 등에 대해 논의해 보고자 한다.

교육의 현황

우리 의료계가 현직 의사를 대상으로 의료윤리교육을 시행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그러나 교육의 대상이 전공의이든, 일반의나 전문의이든 간에, 수련이나 면허 관리에 있어서 책임을 질 수 있는 기관이나 단체에서 체계적이고 정기적인 교육을 시행하는 경우는 거의 전무하다. 예외적으로 대한병원협회는 2013년부터 지도전문의 자격 취득과 유지를 위해 전문의를 대상으로 ‘전공의(교육)를 위한 의료윤리’ 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개별 전문학회에서 전공의 또는 전문의를 대상으로 의료윤리교육을 실시하는 경우도 몇몇 학회에만 국한되어 있다. 개별 의료기관에서 해당 기관에 근무하는 의사를 대상으로 의료윤리교육을 실시하는 경우도 매우 드문 실정이나, 신입 인턴이나 신입 전공의를 대상으로 한 연수 교육에 의료윤리를 포함시켜 교육하는 것은 상당수의 의료기관에서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8].

먼저 전공의를 대상으로 한 교육 사례를 살펴보면, 대한내과학회에서는 2015년에 ‘내과전공의 의료윤리 사례집’을 정리, 발표하였고, 이를 기초로 각 수련병원 의국에서 의료윤리교육을 실시하도록 독려하고 있으며[9], 2016년부터는 대한내과학회 누리집을 통해 의료윤리교육을 온라인상에서 실시하고 있다[10]. 대한가정의학회에서는 2011년부터 학술대회 중에 ‘전공의를 위한 의료윤리교육’을 시행하고 있으며, 2016년부터는 수련 필수요건 및 전문의시험 응시 자격 요건으로 학회 기간 중에 제공되는 의료윤리교육을 최소 1회 이상 수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11]. 또한 2015년부터 전문의시험에 의료윤리 문항을 포함시켜 의료윤리교육 활성화를 꾀하고 있다. 대한이비인후과학회에서는 2016년부터 전공의 연수강좌를 통해 전공의를 대상으로 의료윤리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2017년 전문의시험부터 의료윤리 문항을 포함시킬 계획이다[12]. 전문의시험에 의료윤리 문항을 포함시키고자 하는 학회는 이 외에도 대한내과학회, 대한재활의학회, 대한성형외과학회 등이 있으며, 전문의시험에 의료윤리 문항을 포함시키는 것에 대해서는 개별 전문학회가 아닌 대한의학회 차원에서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대두되고 있는 실정이다[12].

그밖에 개별 의료기관에서 의료윤리를 전공하거나 관심이 많은 지도전문의가 주도하여 전공의를 대상으로 의료윤리 집담회나 소그룹 토의를 시행하는 경우도 있으나, 전체 의료기관의 수를 감안해 볼 때 그러한 경우는 극소수에 불과하다[13].

전문의와 일반의를 대상으로 한 의료윤리교육은 전공의를 대상으로 한 교육보다 훨씬 더 미미한 단계에 머물러 있다. 전문학회의 경우 전공의를 대상으로 해서는 수련과 고시의 일부로서 의료윤리교육에 관심을 보이고 있으나 전문의를 대상으로 해서는 특별한 관심을 보이는 경우가 드물다. 예외적으로 대한가정의학회에서는 2008년부터 학회 기간 동안 ‘임상의료윤리 세미나’를 전문의 대상으로 시행하고 있으며, 대한이비인후과학회에서는 2014년부터 회원 의사를 대상으로 학회 기간 동안 ‘의료윤리 워크숍’을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있다[14]. 그 외 일부 학회에서 학술대회 기간 동안 세미나나 워크숍 형태로 의료윤리나 임상윤리에 대해 교육을 실시하는 경우가 있으나 부정기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참여 인원 또한 많지 않은 실정이다. 또 개별 의료기관에서 전공의나 전문의 등이 참여하는 의료윤리 집담회나 소그룹 토의를 시행하는 경우도 있으나 극소수의 기관에서만 이루어지고 있다[13].

그러나 2016년 ‘다나의원’ 사태 이후 범의료계 차원에서 의료윤리와 감염관리 교육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대한의사협회는 협회 차원에서 이들 분야에 대한 보수교육을 강화하겠다고 선언하였으며, 개별 교육기관이 6시간 이상 연수교육을 시행할 경우 의료윤리나 인문사회의학을 한 가지 주제 이상 포함해서 교육하도록 권고하였다[15]. 또한 보건복지부는 의사면허 관리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의료윤리교육과 같은 소양교육의 의무화를 추진하겠다고 선언하였다[16]. 미국의 경우 주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의사면허 갱신을 위한 필수교육에 의료윤리가 포함되어 있다. 예를 들어 텍사스주의 경우 매 2년마다 최소 48학점의 보수교육 이수를 요구하고 있는데 이 중 최소한 2학점은 의료윤리와 전문직의 책임에 대한 교육으로 이수하도록 하고 있다[17].

교육의 목적

의과대학생을 대상으로 의료윤리를 교육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이와 같은 교육을 통해 장차 의사가 되었을 때 윤리적인 의료를 실천함으로써 환자 진료에 있어서 탁월성에 도달하고 사회가 요구하는 바람직한 의료를 정립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그렇다면 현직 의사를 대상으로 한 의료윤리교육의 목적 또한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며, 의료현장에 직접 참여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더욱 바람직한 환자 진료와 의료 정립이라는 이상에 도달하기 위한 구체적인 목적으로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현직 의사를 위한 의료윤리교육의 목적은 전문직업성의 증진과 지속적인 발전이어야 한다. 전문직업성이란 의료전문직을 전문직답게 만드는 정신 또는 전문직 전체가 공유하는 이데올로기를 가리키며, 의사다움을 의미한다[1]. 의사는 이 전문직업성의 실현을 통해 바람직한 환자 진료와 의료 정립이라는 이상에 도달할 수 있다[1819].

최근 한국의학교육협의회에서 제시한 ‘한국의 의사상’에 따르면 전문직업성이란 직무 윤리에 기초한 전문적 판단의 자율성, 진료를 위한 적절한 태도, 그리고 진정성과 이타성의 덕목을 갖추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으며, 이런 역량과 행동양식을 4개의 영역에 따라 세부적으로 제시하고 있다[20]. 미국의 졸업후의학교육인증평의회(Accreditation Council for Graduate Medical Education)에서도 전문직업성을 전공의가 갖추어야 할 6가지 핵심역량 중 하나로 제시하고 있다[21]. 즉 전문직업성을 증진하고 발전시켜 나간다는 것은 전문직업성을 실현할 수 있는 ‘역량’을 개발하고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현직 의사를 대상으로 한 의료윤리교육의 출발점은 이런 역량이 무엇인지 구체화하여 제시하는 일일 것이다.

교육의 목표와 내용

그렇다면 이런 역량의 개발과 발전을 위해 구체적으로 무엇을 교육해야 할까? 국내에는 아직 범의료계 차원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의사의 전문직업성 역량이 제시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무엇을 교육해야 할지를 결정하는 일이야말로 현직 의사를 대상으로 한 의료윤리교육의 주 과제가 될 것이다. 무엇을 교육해야 할지는 교육목표를 통해 구체화된다. 즉 전문직업성 역량의 개발과 발전을 목적으로 하는 교육목표의 도출이 필요한 것이다. 현실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전문직업성의 역량으로는 위에서 언급한 ‘한국의 의사상’에 제시된 내용이 있다[20]. 만약 이들 역량으로부터 교육목표를 도출할 수 있다면 이에 기초하여 의료윤리교육을 시행할 수 있을 것이다.

일례로, 미국의 주요 의료윤리 전문가들이 이런 과정을 거쳐 제시한 교육 목표를 살펴보면, 의료윤리교육을 통해 피교육자는 적절한 수준의 능숙도를 가지고 1) 전문직으로서의 의사와 의료의 개념에 대한 이해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하고, 2) 환자 진료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윤리적 쟁점을 인식할 수 있어야 하며, 3) 윤리적 판단과 결정에 관련 단체가 제시한 윤리 강령이나 지침을 활용할 수 있어야 하고, 4) 윤리적 문제에 대해 윤리적 원칙과 윤리적 분석 도구를 이용하여 체계적이며 비판적으로 사고할 수 있어야 하며, 5) 윤리적 문제에 대해 전문적인 책무에 입각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실행할 수 있어야 하고, 6) 타인에게 자신이 도달한 해결책을 상대방을 존중하는 자세로 정합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함을 제시하고 있다[5]. 이와 같은 능력을 ‘의료윤리 세부역량’이라고 부를 수 있겠으며, 윤리적 감수성, 윤리적 사고 및 문제해결능력, 실행력, 의사소통능력 등을 모두 포함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세부역량을 적절한 수준의 능숙도를 가지고 잘 발휘해야 할 영역으로 1) 환자의 사생활과 비밀보호, 2) 환자에 대한 정보 전달과 설명(의료실수와 나쁜 소식 포함), 3) 환자의 의사결정능력 평가와 대리인 결정 문제, 4) 공유된 의사결정과 충분한 설명에 의한 동의, 5) 임종기 돌봄과 관련된 여러 쟁점, 6) 모성 태아 의학 관련 문제, 7) 소아 및 신생아 의학 관련 문제, 8) 의료에 대한 접근성과 의료자원 분배 관련 문제, 9) 문화 간 의사소통과 타문화에 대한 이해, 10) 진료 상황에서 의료인의 개인적 가치 관련 문제, 11) 진료, 교육, 연구에 있어서의 이해상충과 의무상충 문제, 12) 연구윤리, 13) 의료팀 내에서의 역할과 동료전문가와의 관계, 14) 동료 의사의 자질이나 능력 또는 실수와 관련된 문제, 15) 실습 학생의 문제, 16) 전문직 정체성과 자기 관리와 같은 자기 인식과 관련된 문제, 17) 어려운 환자나 보호자의 관리, 18) 소셜 미디어, 19) 종교와 영성 관련 문제, 20) 환자로부터의 선물 수수 등을 제시하고 있다[5].

위의 교육목표를 2008년 국내 의료윤리 교육자들이 제시한 ‘전공의를 위한 의료윤리교육목표’와 비교해 보았을 때 상당히 상이함을 확인할 수 있다[22]. ‘전공의를 위한 의료윤리교육목표’는 먼저 적절한 수준의 능숙도를 보여야 하는 세부역량을 제시하지 않고 있으며, 상당수의 교육목표가 인지적 영역에 국한되어 있고, 반드시 교육해야 하는 영역이 다소 제한적이다. 물론 미국의 의료윤리 교육자들이 제시한 교육목표의 영역은 상당히 포괄적이지만 우리의 의료 현실과도 관련되는 부분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예를 들어 문화 간 의사소통과 타문화와 관련된 윤리적 문제는 과거에는 우리 의료계와 크게 상관없는 문제일 수 있었으나 외국인 주민과 다문화가정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앞으로 우리에게도 상당히 중요한 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위에서 언급한 의료윤리 세부역량 중에서 그동안 의료윤리교육에서 암묵적으로 강조해 온 부분은 윤리적 해결책의 제시였다[23]. 그러나 현직 의사들에게 더 중요한 부분은 어떤 과정을 거쳐 해결책을 도출하는가와, 이 해결책을 진정 실행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의료현장에서 의사는 계속 선택의 기로에 선다. 무언가를 결정해야만 하는 상황이 계속 전개된다. 그러나 윤리적 문제를 접했을 때 선택이나 결정보다 더 중요한 부분은 어떤 과정을 거쳐 그와 같은 결정을 내리게 되었는가 하는 점이다. 왜냐하면 결정에 도달하기 위한 과정을 거치면서, 그리고 이 과정을 반복적으로 경험하면서 전문직업성이 요구하는 전문적 태도와 품성을 함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해결책을 실행할 수 있는 기술과 태도를 함양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효율성이나 상업성과 같은 조직이나 사회로부터의 영향은 가치와 행동 사이에 간극을 초래하는 주요 요인이다. 적절한 과정을 통해 윤리적 해결책을 도출하였지만 이를 실행하지 못한다면 도덕적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윤리적 문제에 오히려 냉소적인 태도를 갖게 되는 역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6]. 윤리적 해결책을 실행하기 위한 기술에는 자신의 가치와 행동을 연결할 수 없게 만드는 조직이나 시스템에 대해 적절하게 언급하고 능숙하게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기술이 포함된다. 이런 기술을 반복적으로 사용함으로써 윤리적 해결책을 실행할 수 있는 습관을 얻게 되고 최종적으로는 전문적 태도와 품성을 함양하게 된다[23]. 따라서 현직 의사를 대상으로 한 의료윤리교육의 세부 목표에는 반드시 해결책을 도출하는 과정과 이를 실행할 수 있는 기술과 역량을 어떻게 함양할 것인지가 포함되어야 한다.

현직 의사를 대상으로 한 의료윤리교육의 주제는 교육목표에서 선정한 구체적인 영역을 중심으로 선택해야 하고, 모든 의사가 진료 경험이나 햇수, 자신의 전문 영역, 근무하는 의료기관의 종류, 의료기관이 처한 환경이나 지역 등과 관계없이 쉽게 접할 수 있으며, 교육 당시 의료계에서 이슈가 되는 주제를 우선적으로 선택하는 것이 좋다. 이런 주제는 피교육자의 관심을 유발하고 피교육자가 해당 주제에 대해 미리 생각해 보았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교육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현직 의사를 대상으로 한 의료윤리교육을 의료윤리 원칙이나 윤리 이론에 대한 설명으로 채우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이런 원칙과 이론을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것보다는 의료윤리 세부역량을 종합적으로 함양할 수 있는 방향으로 교육의 형식과 내용을 구성해야 하며, 피교육자에게 제시하는 교육 자료와 사례 또한 의료현장의 복잡성과 맥락을 반영할 수 있도록 조정해야 한다.

교육의 방법과 교육자

의료윤리교육 방법 중 어떤 것이 최선의 방법인지, 특히 현직 의사를 대상으로 한 교육으로 어떤 방법이 최선인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밝혀진 바가 없다[18]. 그러나 설혹 그런 방법이 있다고 하더라도 피교육자의 학습 여건, 교육자의 교육 자원, 교육 주제 및 내용 등에 따라 교육방법은 유연하게 선택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우선 강의식 교육은 지식을 전달하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그것만으로는 기술, 태도, 행동양식 등으로 드러나는 의료윤리 세부역량을 함양하는 데는 적당하지 않다[24]. 그동안 여러 의료윤리 교육자들에 의해 활용된 방법을 살펴보면, 대규모 사례발표 집담회, 의료윤리 집담회, 사례를 바탕으로 한 소그룹 토의, 영화 감상 후 토의, 온라인 강의 수강 후 토의, 문제 중심 학습법, 표준화 환자 대상 면담, 성찰적 글쓰기, 포트폴리오 작성, 시청각 교육, 관련 논문 비평 등 다양한 방법이 있다[182526]. 이들 방법의 특징은 단순히 지식이나 기술을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식, 기술, 태도, 행동양식, 그리고 이들의 저변에 놓여있는 의료의 가치체계를 환기할 수 있도록 피교육자를 유도하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각 교육방법은 현직 의사의 학습 여건이나 교육자의 교육 자원 등에 따라 선택해야 하며, 상황에 따라 세부사항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

현직 의사들은 매일 의료현장에서 환자를 진료하거나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만약 의료윤리교육이 의료현장에서 실제 환자의 사례를 가지고 이루어진다면 가장 적합하면서도 효율적인 방법일 것이다. 의학교육의 가장 고전적이면서 일반적인 형태가 바로 환자나 환자 사례를 대상으로 특정 주제에 대해 교수나 선배 의사가 교육을 시행하는 것이다. 이런 방식을 의료윤리교육에 적용한다면 의료윤리 문제가 갖고 있는 개별성과 특수성에도 매우 적합할 뿐 아니라 교수나 선배의사의 도제식 교육을 통해 의료윤리 세부역량을 함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최선은 아닐지라도 최선에 가장 가까운 방법일 수 있다[27]. 현대 미국의학의 태두인 오슬러 경의 지혜에 따르면, 바람직한 의학 교육은 환자로부터 출발하고 환자와 함께 지속되며 환자와 함께 마무리되어야 한다[28]. 이런 방법을 통해 피교육자는 자신이 직접 문제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경험을 하고, 의료현장에서 다양한 윤리적 쟁점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목도하며, 의료윤리가 추상적인 문제가 아니고 의료현장이 근원적으로 안고 있는 구체적인 문제라는 것을 인식하게 되고, 의사의 기술적 판단과 윤리적 판단이 분리될 수 없다는 사실을 이해하게 된다. 또한 이를 통해 윤리적 감수성뿐만 아니라 다른 의료윤리 세부역량을 함께 함양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29]. 단지 관찰자로서 의료윤리를 보는 것이 아니고 행위자로서 행위해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런 방식의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교육자이다. 롤 모델이 될 수 있는 교수나 선배의사가 전공의나 후배의사를 대상으로 질문하고 토론하면서 교육을 전체적으로 이끌어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임상의학과 의료윤리에 모두 전문성을 보유한 교육자가 상당히 드물고, 이런 교육자를 양성하는 것 또한 쉽지 않다는 점이다. 설령 이런 교육자가 있다고 하더라도 진료와 연구 등으로 바쁜 교수나 선배의사가 이런 교육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는 매우 어렵다. 또한 제대로 교육하기 위해서는 교육자에 대한 교육과 훈련이 정기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따라서 이와 같은 교육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의료계 전체가 의료윤리에 대한 중요성을 이해하고, 교육자에게 적절한 보상을 해주어야 하며, 교육자 양성에도 전폭적으로 협조해야 한다.

환자를 사례로 교수나 선배의사가 도제식의 교육을 시행하는 것이 어렵다면 이러한 형태를 유지하면서도 세부적인 형식과 내용을 변형한 방법을 도입해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대규모 사례발표 집담회, 의료윤리 집담회, 사례를 바탕으로 한 소그룹 토의 등은 소수의 교육자가 다수의 피교육자를 대상으로 실제 환자나 환자 사례를 바탕으로 하여 윤리적 쟁점에 대해 논의하게 하고 토론을 유도하는 방식의 교육이다. 이 때 사례는 구체적인 맥락을 포함해야 한다. 구체적인 맥락이 있어야만 이를 바탕으로 사례의 쟁점을 확인하고 숙고하며, 타인의 의견을 경청하고 토의하면서 자신의 판단에 대해 다시 성찰하는 과정을 거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교육 또한 전문성을 보유한 교육자가 반드시 필요하며, 업무로 바쁜 현직 의사가 교육을 받기 위해 일정 정도의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한다. 따라서 이런 방식의 교육 역시 의사단체나 전문학회 또는 관련 기관에서 전폭적으로 교육을 지원하고 피교육자가 교육을 받게끔 유도할 수 있는 장려책을 강구해야 한다.

현직 의사를 대상으로 한 의료윤리교육의 교육자로 누가 가장 적합한지에 대해서도 명확히 밝혀진 바는 없다. 그러나 교육자가 갖추어야 할 최소한의 조건은 의료현장을 이해하면서 의료윤리나 윤리교육에 어느 정도 전문성을 보유해야 한다는 점이다. 두 분야에 모두 전문성을 보유한 교육자가 매우 드물기 때문에 의료윤리 전문가와 임상의사가 팀을 이뤄 교육하는 방법이 가장 적절하다는 주장이 있다[24]. 이 때 윤리 전문가란 자신의 학문적 업무의 대부분을 의료에서의 윤리적 문제에 집중하고 있는 자로서 학문적 배경이 단지 윤리학이나 철학에만 국한되지는 않는다.

의료윤리교육의 기획과 실행이란 측면에서 현실적으로 가장 중요한 부분은 교육자의 수급일 것이다. 적당한 교육자가 없어서 적절한 교육을 시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수이다. 의사단체나 전문학회는 최소 1명 이상의 의료윤리 전문가를 양성하여 이 전문가로 하여금 해당 단체나 학회의 의료윤리교육을 기획하고 실행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바탕이 없이는 현직 의사를 대상으로 한 의료윤리교육이 제대로 자리 잡기 어려울 것이다.

교육의 쟁점과 과제

현직 의사를 대상으로 한 의료윤리교육이 좀 더 바람직한 방향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이 교육이 안고 있는 여러 쟁점들에 대해 면밀히 검토해 보아야 한다. 이를 통해 앞으로의 과제가 무엇인지 명확히 확인할 수 있으며, 가능한 해결책을 모색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먼저, 피교육자가 전문직을 가진 성인이라는 점이다. 기존의 교육과 경험을 통해 가치관이 어느 정도 정립된 전문직을 가진 성인을 대상으로 그 가치관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교육이 바로 의료윤리교육이다. 성인의 가치관을 변화시킨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일부에서는 교육을 통해 이를 변화시키고자 하는 시도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낸다[24]. 그러나 의과대학생의 윤리적 감수성과 공감 능력이 임상실습 후에 저하된다는 연구결과로 유추해 볼 때[3031] 성인의 가치관이 변화하지 않는다는 생각은 좀 더 많은 증거가 필요하다. 성인을 대상으로 한 교육방법 중에서 피교육자의 기존 경험과 지식 및 학습방식을 고려하여 구성한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었다는 여러 연구결과는 의료윤리 교육자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323334]. 다양한 피교육자에 맞추어 교육방법을 선택하고 조정해야할 뿐만 아니라 적절한 교육방법에 대한 연구와 개발이 반드시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둘째, 의료현장에는 관행으로 드러나는 가치체계와 행동양식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의료윤리교육을 형식화된 교육과정으로 제공한다 하더라도 의료현장에 이미 존재하는 가치체계로부터의 영향력은 훨씬 강하고 직접적이다[35]. 교육과정에서 강조하거나 권장하는 행동과는 반대되는 행동을 상급자가 반복적으로 지시할 수 있다. 따라서 형식화된 교육과정은 이런 가치체계를 반드시 고려해서 구성해야 하며, 해당 가치체계를 전면적으로 적대시하기보다는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또한 반복적인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교육자원과 교육환경에 대한 면밀한 고려가 필요하다.

셋째, 의료윤리교육 또한 의료 내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의료환경의 전체 맥락 위에 놓여 있으며, 이런 맥락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이다. 보건의료체계 자체가 비윤리적으로 구성되어 있거나 운용되고 있다면 이를 의료윤리교육만으로 극복할 수는 없으며, 오히려 의료윤리에 대해 회의적이거나 적대적인 시각을 낳게 된다. 뿐만 아니라 개별 기관에서의 업무 환경 또한 의사의 윤리적 감수성과 행동양식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18]. 강압적인 업무 환경으로 인해 의사의 윤리적 감수성이 떨어지거나 소진 상태로 인해 도덕적 장애에 빠질 수도 있다. 따라서 현직 의사를 대상으로 한 의료윤리교육은 전체적인 의료환경과 의사의 업무환경이 가져올 수 있는 부정적 영향에 대해 평가하고 성찰해 볼 수 있는 기회와 방법을 제공해야 한다. 이러한 의료윤리교육이 바람직한 의료환경에 대한 관심과 행동으로 이어질 것은 자명하다.

넷째, 현직 의사에 적합한 의료윤리교육의 목적과 구체적인 교육목표가 제시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교육의 목적과 교육목표를 설정하는 것이야말로 제대로 된 의료윤리교육의 출발점이므로 현직 의사의 수련과 면허 관리에 책임이 있는 기관, 단체, 전문학회는 의료윤리교육자와 함께 공동으로 노력하여 교육의 목적과 교육목표 설정을 위한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

다섯째, 현직 의사를 위한 의료윤리교육에서 어떤 교육방법과 교육자가 최선인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전문가의 견해만으로는 부족하다. 교육과 관련된 여러 분야에 대하여 경험적 연구와 이론적 연구가 활성화되어야 한다. 특히 교육을 개선,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교육의 효과에 대한 평가가 반드시 필요하므로 이에 대한 다각적인 연구가 절실하다.

여섯째, 교육을 계획하고 조정하는 조직 중심이나 조정자가 부재하다는 점이다. 현직 의사의 수련과 면허 관리에 책임이 있는 기관, 단체, 전문학회 수준에서 체계적이고 정기적으로 의료윤리교육을 실시하기 위해서는 이를 관장하는 조직 중심이나 조정자가 반드시 필요하다.

일곱째, 교육을 직접 담당할 교육자가 매우 부족하다는 점이다. 현직 의사를 위한 의료윤리교육을 정기적으로 받은 의사가 추후 교육자로 활동할 수 있도록 의료윤리교육 프로그램의 조정이 필요하며 교육자 양성에 대한 의료계의 전폭적인 지지가 요구된다.

결론

지금까지 교육의 현황, 교육의 목적, 구체적인 교육목표와 내용, 교육방법과 교육자, 교육의 쟁점과 과제 등을 중심으로 현직 의사를 대상으로 한 의료윤리교육에 대해 살펴보았다. 국내에서 의과대학생을 대상으로 의료윤리교육을 시작한 것은 1980년대부터이며, 2005년의 현황을 보면 41개 대학 중 40개 대학에 의료윤리 과목이 개설되어 있었다[36]. 2016년 12월 현재는 전국의 모든 의과대학에서 의료윤리를 교육하고 있다. 이에 비해, 현직 의사를 대상으로 의료윤리교육을 시작한 것은 2010년 전후로, 의과대학에서의 교육과 비교하면 햇수로 30년 이상 뒤졌으며, 그 규모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미미하다. 이와 같은 현실은 현직 의사를 위한 의료윤리교육이 그 중요성에 비해 그간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으며, 앞으로 제대로 자리 잡을 때까지 대단히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마지막으로 현직 의사를 대상으로 한 의료윤리교육이 제대로 자리 잡고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교육의 목적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자 한다. 의료윤리교육의 목적은 의사의 전문직업성을 증진하고 발전시키는 것으로, 이를 통해 더 훌륭한 환자 진료, 더 바람직한 의료라는 최종적인 목적에 기여할 수 있다. 이와 같이 그 목적을 분명히 할 때 의료윤리에 대한 의료계 내의 냉소주의와 회의주의를 극복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의사와 의료계에 대한 사회의 차가운 시선을 따뜻한 격려와 고마움으로 변화시키고, 의료야말로 이 사회에서 반드시 필요한 공동선이라는 이해로 나아가게 할 수 있을 것이다.

Peer Reviewers' Commentary

이 논문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의사면허를 취득한 현직 의사를 대상으로 한 의료윤리교육 내용, 효과적인 교육방법, 교육자의 자격에 대한 문제를 구체적으로 다루고 있다. 일상의 의료화, 산업과의 이해상충, 의사들의 불법 행위 등으로, 최근 사회적으로 그리고 의사 집단 내부에서 현직 의사의 윤리교육 강화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내 의과대학 학부생들에 대한 윤리교육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는 것에 비하여 면허 취득 후 의료윤리교육은 여전히 답보 상태에 있다. 이런 상황에서 본 논문은 면허 취득 후 교육을 담당하는 학회나 수련병원이 느끼는 의료윤리교육의 부담감을 줄이는데 도움을 주며, 교육 방향을 결정하는데 길잡이가 될 것이다. 또한 이 논문은 전문직업성을 실현할 수 있는 구체적인 역량, 윤리적 문제 해결 과정(해결 과정에서 습득되는 전문적 태도와 품성)을 강조하였다. 면허 취득 후 의료윤리 담당 기관에, 전문직업성 실현을 위한 구체적 역량에 대한 고민, 윤리문제를 숙고·실천할 수 있는 교육환경 조성, 의료윤리교육자 발굴 노력이 요청되고 있다.

[정리: 편집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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