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목표와 내용과 달리 의료윤리교육 방법은 아직 그 논의가 활발하지 않다. 이 문제는 누가 가르칠 것인가라는 문제와도 관련이 있다. 한국의학교육평가원에서 정한 의과대학 평가인증기준에 의하면, 의료인문학 분야는 어문학, 사학, 철학, 윤리학, 사회학, 법학, 경영학, 인류학, 심리학, 예술 등의 전공을 의미한다[
7]. 의료윤리교육은 대표적인 다학제간 접근 성격을 가지며, 철학이나 법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전공자가 참여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교육자들이 자신이 배운 학문적 배경에 따라 교육에 참여하기기 때문에, 의과대학 교육에 적절하지 않은 방법으로 교육할 수 있다는 문제로서 나타난다.
첫째, 의료윤리에 관련된 기초 지식과 의료윤리의 기본원리들에 대한 학습이 있다. 의료윤리에 대한 구체적인 사례학습 과정에 들어가기 전에 이에 관련된 인문사회학적 지식을 폭 넓게 배워야 한다. 앞서 언급한 의료윤리교육 내용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고, 확대될 수 있는 것이며, 경우에 따라서는 특정 내용의 서술이 바뀔 수도 있다. 이것은 가치를 평가하는 윤리의 특성에 비추어 보면 어쩔 수 없는 한계라고 할 수 있다. 의료 관계에 있어서 의사의 반대 측에 서 있는 ‘환자’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개별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가질 수 있도록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현재 의예과 또는 의과대학 기초의학 학습과정에서 의료인문학의 이름으로 시행하고 있는 여러 가지 프로그램들이 이에 해당할 것이다. 교육 범위가 넓고 내용이 다양하며, 이에 따른 교육방법도 다양하다. 각종 봉사활동, 체험학습, 인터뷰, 발표와 같은 직접 경험과 문학, 예술 등을 통한 간접 경험 모두가 이에 해당하며, 의료 외적인 학문 분야에 종사하거나 외적 경험을 가진 교원들에 의한 교육방법론 개발과 참여가 필요한 부분이다. 둘째, 의료행위 또는 의료정책 등과 같이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가치 충돌 상황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와 해결 방안의 학습이 있다. 의료윤리 기본 원칙에 의한 접근법과 개별 사례에 대한 법적 해결 방식들과 같은 사례 해결 방식이 될 것이다[
8]. 기초의학 교육과정에서 앞서 언급한 교과서를 통하여 의료윤리 기본 원칙과 개별 분야에서의 의료윤리 문제들을 배우는 것이 필요하다. 이후 응용 사례로서 임상에서 문제된 개별 사례에 대한 임상윤리교육이 필요하다. 환자를 직접 보면서 어떠한 윤리적 갈등 상황을 겪게 되었는지 개별 사례들을 연구하고, 병원 내에서 실제로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였는지를 임상 교수들과 수련의의 사례발표와 함께 임상 실습 과정에서 학습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의료갈등 상황과 관련된 법제도에 대한 학습이 제공되어야 한다. 예컨대, 장애를 가진 신생아 치료에 있어서,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겪었던 갈등 사례를 발표하고, 이 과정에서 환자 부모가 주장하였던 것, 이에 대한 의료진의 의견,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병원의 조치, 법제도의 활용 방안, 최종적인 문제 해결 결과와 이에 대한 개선점 등을 학습하면서 구체적인 사례 해결과 이익 형량 방식을 배워야 한다. 임상윤리 사례 해결 방안으로 ‘네 주제표(the four topic chart)’가 방법론으로 흔히 이용된다[
9]. 의학적 적응증, 환자의 선호, 삶의 질, 그리고 맥락적 모습들을 이용한다. 예컨대 80세 뇌졸중으로 인하여 의식이 없이 인공호흡기로 연명을 하고 있는 환자에게 신장에 문제가 생겨서, 혈액 투석을 하여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 사례에서 연명의료 결정을 하여야 한다. 의학적 적응증은 환자에게 연명의료를 어느 정도까지 제공하는 것이 의학적으로 가능한지, 또는 적절한 연명치료인지를 환자에 대한 선행의 원칙과 악행 금지의 원칙에 비추어 살펴보는 것이다. 환자의 선호는 환자의 자율성에 기초한 의사표시, 의사결정 능력 존부와 증거를 살펴보고, 의사 추정의 사례인지 환자 가족들이 주장하는 환자의 평소 의사는 어떠하였는지, 연명의료와 관련된 현행 법 규정 또는 판례에 비추어 과연 합당한 의사결정인지를 고민하는 것이다. 삶의 질은 연명치료를 제공하는 것과 그로 인하여 초래하게 될 치료 결과가 환자에 대한 선행의 원칙, 악행 금지 원칙, 환자의 자율성에 비추어 적절한 것인지를 고려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맥락적 모습들은 환자 가족 간의 연명의료 결정 관련하여 문제는 없는지, 의료진의 문제는 없는지, 경제적 문제, 종교적 문제는 없는지 법적인 절차에는 합당한지, 이해갈등 관계는 없는 지를 고려하는 것이다[
10]. 임상 전문과목에 따라서 문제가 되는 윤리문제가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개별 전문과목으로 분리되어 교육할 필요가 있다. 연명의료 결정의 경우도, 노인과 신생아 문제는 다르다. 뇌사가 법제화된 성인과 달리 5세 미만의 신생아는 뇌사 판정 기준이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다. 신생아의 경우 유전적 질병이 많으며, 예후 판정이 어렵다는 것, 남은 여명이 길다는 점, 그리고 남은 삶을 부모가 모두 책임져야 한다는 점이 성인과 다르다. 산부인과 영역은 출산, 인공수정, 인공임신중절, 여성 환자 성적 자기 결정권과 관련하여 문제가 발생한다[
11]. 여러 주제를 학생들에게 제시하고, 이에 대해 소규모 토론을 하게 함으로써, 자신의 생각과 타인의 생각을 비교하는 방법도 좋다[
12]. 토론을 진행하면서 자신을 의견과 다른 사람의 의견이 다르다는 점을 인식하고, 그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가 뭔지, 과연 그것은 극복할 수 있는 것인지를 알아가는 과정이 결론보다 더 중요할 수 있다고 본다.
전체적으로 보면, 교육과정이나 단위 교육프로그램을 분석 설계, 개발 시행 평가하는 과정을 체계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의과대학의 전통적인 교육프로그램 개발 과정은 전문가인 ‘교수’가 강의안을 개발하는 것이므로, 설계자로서 교수의 입장이 강하게 반영된다. 의료윤리교육을 시행하여야 하는데, 전임 교원이 없는 상태에서, 비전공자가 혼자 강의 주제를 선정하고, 소개하고, 강의하고 토론을 이끄는 것은 올바른 방향으로 교육을 이끌고 있는지 검증하는 것이 필요하다. 교육학을 접할 기회가 부족한 의과 대학 교수가 교육 내용을 전체적으로 설계하는 것에는 무리가 있기 때문에, 교육학 전공자의 도움을 받아서 전체적인 윤리교육 체계를 조감하듯이 설립할 필요가 있다. 이에 대한 연구로는 간편 교수체제설계를 활용한 의료윤리교육 프로그램 개발 사례연구를 참조할 만하다[
13]. 정리하면, 의예과 과정에서는 의료적 상황에 대한 인문사회의학 과정을 교육하고, 본과에 들어서면 의료윤리 기본 이론과 사례들에 대한 교육을 받아야 하며, 고학년이 되면, 개별 각 전문 분야에 대한 임상 사례, 영상자료 등을 통한 사례 체험과 소규모 토론, 의료윤리 집담회 등과 같은 교육을 받는 것이 적합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