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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Korean Med Assoc > Volume 69(2); 2026 > Article
의사인력 수급추계의 본질과 미래: 예측을 넘어 전망으로

Abstract

Purpose: Although the activities of the Committee for Health Workforce Projections have concluded, methodological debates persist. This opinion analyzes the technical and policy limitations of previous workforce estimations and proposes an academic direction for future governance to ensure scientific validity.
Current concepts: Long-term workforce planning requires “projection” based on conditional scenarios, which is conceptually distinct from short-term “forecasts” or probabilistic “predictions.” While countries such as the United States and Japan employ simulation models that incorporate dynamic policy variables, Korea’s recent approach relied on inappropriate time-series models and lacked adequate data processing and preparation.
Discussion and conclusion: This opinion identifies critical failures in data readiness, model selection, and verification processes. To address these limitations, we propose establishing a permanent technical working group that is institutionally separate from political bodies to ensure rigorous methodological validation. Essential reforms include the creation of a standardized analytical dataset and the adoption of dynamic models capable of simulating policy interventions rather than merely extrapolating past trends. Ultimately, workforce estimation must evolve into a rational policy tool grounded in long-term social deliberation.

서론: 추계(推計)의 학술적 정의와 역할

의료인력 수급추계위원회의 활동이 종료되었으나, 그 결과와 방법론에 대한 논의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이 논문은 지난 위원회 활동의 기술적, 정책적 한계를 분석하고, 향후 수급추계위원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학술적 관점에서 제언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우선 혼용되고 있는 추계 관련 용어들을 명확히 정의할 필요가 있다.
학술적으로 미래를 내다보는 방법론은 크게 예보(forecast), 예측(prediction), 그리고 전망(projection)으로 구분된다. Armstrong [1]의 정의에 따르면, 예보는 기상 예보와 같이 현재의 추세를 바탕으로 단기간 내에 발생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미래를 맞추는 데 목적이 있다. 예측은 확률적 모델(stochastic model)을 통해 특정 결과가 나타날 확률을 계산해 내는 과정이다. 반면, 전망은 “만약 ~한다면(if-then)”이라는 조건부 가정을 전제로, 특정 시나리오 하에서 미래가 어떻게 전개될지를 수치로 보여주는 작업이다[2].
보건의료 인력 추계는 10년, 20년 뒤의 장기 미래를 다룬다. 현존하는 어떤 모델도 20년 뒤의 사회 변화를 정확히 예보하거나 예측할 수는 없다. 따라서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와 경제협력개발기구(Organisation for Economic Co-operation and Development, OECD) 등 국제기구는 의료인력 계획에 있어 불확실한 미래 변수(정책 변화, 기술 발전 등)를 가정한 시나리오 기반의 전망 모델을 표준으로 채택하고 있다[3]. 이는 미래를 맞히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정책적 선택이 미래에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보여줌으로써 합리적 의사결정을 돕는 데 그 목적이 있다.

해외 주요국의 의료인력 수급추계 모델

선진국들은 이미 의사인력 수급을 단순한 숫자 산출이 아닌, 정교한 시나리오 기반의 정책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미국

보건자원서비스국(Health Resources and Services Administration)은 보건의료 인력 시뮬레이션 모델(Health Workforce Simulation Model)을 운용한다[4]. 이 모델은 인구 변화뿐만 아니라 의료 서비스 이용 패턴, 의료 제공 체계의 변화, 진료 보조 인력의 활용도 등을 반영하여, 현 상태 유지(status quo) 시나리오와 특정 정책 개입 시나리오를 비교 분석한다.

네덜란드

의료인력계획 자문위원회를 통해 제도화된 추계를 시행한다[5]. 3년마다 의료인력 수요와 공급을 추계하며, 이때 단순히 인구 구조만 보는 것이 아니라 기술 발전, 업무량 변화, 파트타임 근무 비율 등 노동시장의 미세한 변화까지 모형에 반영하여 인력 수급의 주기적 변동을 방지한다.

일본

의사수급분과회를 통해 정기적으로 수급을 추계하며, 특히 지역 편재와 진료과목별 불균형 해소를 위한 정책적 변수, 그리고 의사 일하는 방식 개혁(노동시간 단축) 등을 모형의 핵심 가정으로 포함하여 논의한다[6].
이들 국가의 공통점은 추계 결과를 정해진 미래가 아닌 정책적 개입을 위한 근거 자료로 활용한다는 점이며, 시계열적 추세 연장보다는 인과관계에 기반한 시뮬레이션 모델을 선호한다는 점이다.

국내 추계의 현황과 기술적 한계

이번 한국의 의료인력 수급추계위원회 활동을 기술적 관점에서 복기해 보면, 단순히 결과값의 차이를 넘어 데이터의 가용성, 모형의 적합성, 그리고 의사결정 구조 전반에서 근본적인 한계가 확인된다. 이는 향후 위원회가 단순한 자문 기구를 넘어 실질적인 정책 산출 기구로 거듭나기 위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지점이다.
첫째, 데이터 가공의 부족 문제이다. 한국은 전 국민 단일 건강보험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청구 자료를 보유하여, 의료 이용 및 공급 데이터에 있어 세계적으로 가장 축복받은 환경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금번 추계에서는 이러한 방대한 원천 데이터가 정교한 모델링을 위한 표준화된 데이터셋으로 충분히 가공되어 활용되지 못했다. 미시적인 데이터 분석 없이 기존 연구들의 2차 자료나 거시적 통계치에 의존함으로써, 실제 의료 현장의 미세한 변동성을 모델에 반영하는 데 한계를 보였다. 데이터 인프라는 풍부하나 이를 정책 결정에 즉각 활용할 수 있는 형태로 정제해두지 않은 준비 부족은 데이터가 없어 불확실한 가정을 사용하는 악순환을 초래했다.
둘째, 장기 전망에 부적합한 모형과 가정의 채택이다. 보건의료 정책은 10년, 20년 뒤의 미래를 다루는 장기적 과제다. 따라서 추계 모형은 현재의 추세를 기계적으로 연장하는 것이 아니라, 정책 변수를 조절했을 때 결과가 어떻게 변하는가를 설명할 수 있는 결정론적(deterministic) 모형을 기반으로 한 시나리오 분석이 주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금번 위원회에서는 단기적인 예보에 주로 쓰이는 시계열 모형(autoregressive integrated moving average, ARIMA 등)이 주요 검토 대상으로 논의되었다. 구조적 변화(structural break)를 전제로 하는 정책 결정 과정에서, 과거의 패턴이 미래에도 동일하게 반복된다고 가정하는 시계열 모형을 장기 추계의 핵심 도구로 사용하는 것은 방법론적으로 타당성이 부족하다.
셋째, 핵심 가정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와 검증의 부재다. 추계의 결과는 어떤 가정을 투입하느냐에 따라 극적으로 달라진다. 특히 미래 의사의 생산성 변화(인공지능 및 기술 발전에 따른 효율성 증가 대비 삶의 질 중시 문화에 따른 노동 투입 감소)와 의료 수요의 변화 양상(고령화에 따른 폭발적 증가 대비 최근 관찰되는 증가세 둔화)은 결과의 방향을 가르는 결정적 변수들이다. 과학적인 추계라면 이러한 상반된 요인들에 대해 광범위한 민감도 분석을 수행했어야 한다. 그러나 제한된 시간 내에 단일한 결론을 도출해야 한다는 압박 속에서, 이러한 변수들은 충분히 검증되지 못한 채 현재 상태 유지라는 가장 보수적이고 편의적인 가정으로 대체되는 경향을 보였다.
넷째, 물리적 시간의 절대적 부족과 심층 토의가 불가능한 회의 구조다. 형식적으로는 6개월간 15차례의 회의가 진행되었으나, 내실을 들여다보면 전문적인 검토를 수행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었다. 15명 내외의 위원이 참여하는 2시간 남짓한 회의에서 위원 1인당 발언 시간은 산술적으로 수 분에 불과했다. 더욱이 데이터에 기반한 치열한 기술적 논쟁보다는, 각 직역의 입장을 대변하는 선언적 주장이 반복되거나 일부 의견이 과대 대표될 개연성이 높은 한국 특유의 회의 문화 역시 과학적 검증을 가로막는 장애물이었다. 복잡한 수리 모델과 가정을 검증하는 작업은 의례적인 회의가 아니라, 며칠 밤을 새워서라도 데이터와 씨름하고 끝장 토론을 벌이는 워크숍 형태의 집중적인 검토 과정을 필요로 한다.
결국, 이러한 한계는 일회성 위원회로는 극복하기 어렵다. 향후에는 데이터 정합성을 따지고 시나리오별 파급 효과를 상시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별도의 전문가 실무 논의 구조가 가동되어야 하며, 이를 통해 충분히 숙의된 기술적 검토 결과가 위원회에 상정되는 이원화된 거버넌스 구축이 필수적이다.

지속 가능한 추계를 위한 거버넌스 및 시스템 혁신

향후 상설화될 수급추계위원회가 국가 보건의료의 백년대계를 설계하는 실질적인 정책 도구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위원회의 성격과 운영 방식을 근본적으로 혁신해야 한다. 이를 위해 다음의 네 가지 구조적 과제를 제언한다.

상설 기술 실무 그룹(Technical Working Group) 중심의 이원화된 거버넌스 구축

전문성이 담보되지 않은 회의체는 공허한 정치적 수사만 남길 뿐이다. 향후 위원회는 이해당사자가 참여하여 최종 정책 판단을 내리는 본 위원회와, 통계학·경제학·예방의학 전문가들이 모형을 개발하고 검증하는 기술 실무 그룹으로 이원화하여 운영해야 한다. 기존의 회의 방식으로는 수많은 변수가 작동하는 모형을 검증하는 것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기술 실무 그룹은 상설 기구로 운영되어야 하며, 며칠 밤을 새워서라도 데이터와 씨름하고 끝장 토론을 벌이는 집중 검토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 이러한 치열한 기술적 검토가 선행된 토대 위에서만 본 위원회의 논의가 과학적 타당성을 가질 수 있다.

데이터의 단순 집적을 넘어선 분석 전용 표준 데이터셋의 상시 가동

정교한 추계는 데이터의 양이 아닌, 질과 접근성에 달려 있다. 위원회가 소집된 후 자료를 취합하는 현재의 방식으로는 정밀한 분석이 불가능하며, 데이터 공백을 불확실한 가정으로 메우는 오류를 반복하게 된다. 따라서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심사평가원의 원천 데이터를 바탕으로, 인력 추계 시뮬레이션에 즉각 투입 가능한 표준화된 분석용 데이터셋을 사전에 구축하고 이를 매년 갱신하는 상시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이것이 준비되어야만 위원회는 데이터 수집에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고도의 정책 시뮬레이션에 역량을 집중할 수 있다.

단순 수급 산출에서 동적 정책 시뮬레이션으로의 전환

추계의 목표는 단순한 미래 인력의 부족분을 산술적으로 계산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새로운 거버넌스 하에서의 논의는 정책의 인과관계를 규명하는 시뮬레이션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즉, 건강보험 수가 개편, 의료전달체계의 변화, 필수의료 지원 정책 등 구체적인 정책 변수들이 투입되었을 때, 미래의 의사 수급과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보여주는 동적 모형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위원회는 단순한 숫자가 아닌, 정책 대안에 따른 미래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최적의 경로를 선택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사회적 합의를 위한 장기적 숙의 과정의 제도화

마지막으로, 모델링의 영역을 넘어선 본질적인 가치 판단의 문제를 다룰 공론화의 장이 필요하다. 한국의 외래 이용 횟수가 OECD 평균의 3배에 달하는 현실에서, 과잉된 의료 이용 행태를 상수로 둘 것인가, 아니면 적정 수준으로 관리할 것인가는 수식으로 풀 수 없는 사회적 합의의 영역이다. 따라서 추계위원회는 단기적인 인원 조정에 매몰되지 않고, 우리가 감당 가능한 의료 시스템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대해 사회 구성원들이 충분한 정보와 시간을 가지고 토론할 수 있도록 장기적인 숙의 과정을 지원하고 이끌어야 한다.

예측의 오만을 넘어 합리적 전망으로

의사인력 수급추계는 불확실한 미래 앞에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여러 갈래의 길을 과학적 방법론을 통해 조망하고,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가장 합리적인 경로를 찾아가야 한다.
지난 위원회의 활동은 데이터와 방법론, 그리고 논의 구조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냈지만, 역설적으로 우리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를 명확히 보여주었다. 상시적이고 전문적인 데이터 분석 체계, 과학적 검증이 가능한 전문가 그룹의 상설 운영, 그리고 긴 호흡으로 정책의 인과관계를 따지는 성숙한 숙의 구조가 갖춰질 때, 비로소 의사인력 수급추계는 소모적인 정쟁의 도구가 아닌 지속 가능한 보건의료의 미래를 여는 열쇠가 될 것이다.

Conflict of interest

No potential conflict of interest relevant to this article was reported.

Funding

None.

Data availability

Not applicable.

References

1. Armstrong JS. Principles of forecasting: a handbook for researchers and practitioners. Springer; 2001.

2. OECD. Health workforce policies in OECD countries: right jobs, right skills, right places. OECD Publishing; 2016.

3. World Health Organization (WHO). Models and tools for health workforce planning and projections. WHO; 2010.

4. U.S. Department of Health and Human Services, Health Resources and Services Administration. Health Workforce Simulation Model technical documentation. Accessed November 9, 2025. https://bhw.hrsa.gov/data-research/projecting-health-workforce-supply-demand/technical-documentation

5. Capaciteitsorgaan. The 2019 recommendation for medical specialist training. Accessed November 9, 2025. https://capaciteitsorgaan.nl/app/uploads/2020/04/2020_02_12-Capaciteitsplan-2021-2024-Hoofdrapport-DEFINITIEF-EN.pdf

6. Ministry of Health, Labour and Welfare. Interim report of the subcommittee on supply and demand of medical personnel. Accessed November 9, 2025. https://www.mhlw.go.jp/english/wp/index.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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