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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Korean Med Assoc > Volume 69(8); 2026 > Article
소아외과 의사로 산다는 것: 필수 소아의료의 현실과 지속 가능성에 대한 성찰

Abstract

Purpose: Pediatric surgery in South Korea is facing a severe crisis shaped by demographic, financial, and structural pressures. Over two decades of practice reveal systemic barriers that have led to a critical shortage of specialists nationwide.
Current concepts: The country’s declining birthrate has reduced demand for pediatric care, while the fee‑for‑service reimbursement system fails to reflect the complexity, time, and personnel required for pediatric procedures. The resulting structural deficit leads hospitals to treat pediatric services as financially burdensome, marginalizing specialists across pediatric surgery, urology, cardiac surgery, orthopedics, ophthalmology, anesthesiology, and neurosurgery. By 2023, only 50 pediatric general surgeons, 33 pediatric cardiac surgeons, and 29 pediatric urologists remained, mostly concentrated in Seoul. Pediatric neurosurgery was reduced to just 9.5 full‑time equivalents across five Seoul hospitals. No compensation mechanism exists for the 24-hour, 365-day on-call burden borne individually by these specialists. Medical liability risks—including a landmark court ruling ordering one billion Korean won in damages—further discourage entry into these fields and deepen procedural avoidance.
Discussion and conclusion: Government interventions, such as a 2023 pilot compensation program for pediatric centers and 2024 surgical fee bonuses for neonates under 1,500 grams, remain insufficient to stem workforce attrition. Sustainable reform is urgently needed: establishing regional hub hospitals with teams of five or more specialists, adjusting reimbursement to reflect actual resource inputs, implementing on‑call compensation, and formally recognizing pediatric surgical care as an essential public health service. Without systemic change, South Korea risks losing the capacity to provide safe, equitable pediatric surgical care nationwide.

서론

지역의료와 필수의료, 그 중에서도 소아 진료는 현재 대한민국 의료가 해결해야 할 가장 어려운 과제다. 어쩌면 2026년 대한민국 의료계에서 가장 뜨겁게 논의되는 주제일지도 모른다. 이에 지난 20년 동안 소아외과 의사로 살아오며 경험한 현실과, 그 시간 속에서 품어 왔던 작은 바람을 조심스럽게 적어보고자 한다.

소아외과를 선택하기까지

나는 2001년 이화여자대학교를 졸업한 뒤 서울아산병원에서 인턴과 외과 전공의 과정을 마치고, 이후 3년간 소아외과 전임의 수련을 받았다. 레지던트를 마치고 세부 전공을 고민하던 당시, 사실 소아외과는 나의 첫 번째 선택지는 아니었다. 여자 전공의가 많지 않았던 시절이었고, 지금보다 선택의 폭도 훨씬 좁았다. 당직이 비교적 적고, 생사를 다루는 긴장감이 일상이 되지 않는 분야를 고민했던 것도 사실이다. 전공의 4년차가 끝나가던 여름, 한 달간의 소아외과 수련을 통해 처음으로 ‘이 일이라면 내가 오랫동안 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소아외과에서는 항문이 없는 아이들에게 항문을 만들어주고, 끊어진 식도를 연결해 아기가 스스로 먹을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너무 작고 연약해 수술 후 회복이 불가능해 보였던 미숙아가 처절한 사투 끝에 살아나는 모습을 지켜보는 일은 말 그대로 기적과도 같았다. 특정 장기만을 반복적으로 수술하는 것이 아니라,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연부조직과 심부 장기를 아우르는 다양한 수술을 할 수 있다는 점 역시 소아외과의 큰 매력이었다. 바로 그때, 운명처럼 스승님의 제안을 받았고 나는 주저 없이 소아외과를 선택했다.
많은 선배들이 만류했다. 나의 선택은 안락함과 경제적 여유를 어느 정도 포기하겠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그렇다고 명예가 보장되는 길도 아니었다. “교수 발령을 약속 받고 가는 것이냐”는 냉소적인 말까지 따라왔다. 그러나 수많은 우여곡절 끝에 결국 소아외과 전임의가 되었고, 지금도 그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

전임의 수련과 취업의 현실

전임의 생활은 결코 녹록지 않았다. 3년 동안 사실상 혼자 1차 당직을 책임져야 했다. 순환 근무를 하는 전공의들의 판단에 늘 긴장하며, 마치 주치의처럼 병동을 지켰다. 전임의 과정은 정신적·육체적 피로가 켜켜이 쌓이는 시간의 연속이었다. 성인 수술과 무엇이 다른지 끊임없이 고민했고, 소아 환자에게 적합한 손을 만들기 위해 집요하게 노력했다. 전공의 시절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학술 논문 작업도 더 큰 압박감 속에서 진행해야 했다. 그렇게 긴 3년의 수련이 끝났지만, 대한민국에서 소아외과 교수 자리는 쉽게 허락되지 않았다. 급격한 저출산과 소아외과 수술 건수의 감소로 인해, 각 대학에서 한두 명씩 근무하는 교수들의 노동만으로 충분하다고 여겨지거나, 때로는 소아외과 의사가 잉여 인력처럼 취급되던 시기였다.
2009년 3월, 처음으로 서울아산병원이라는 거대한 울타리를 벗어나 구직 활동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때 처음 깨달았다. 소아외과 의사로 자리 잡는다는 것이 얼마나 막막하고 비현실적인 일인지 말이다. 어느 곳에서도 소아외과만 전공한 전임의를 선뜻 반기지 않았다. 주변에서는 멸시와 동정, 묘한 시선이 뒤섞여 나를 따라다녔다. 자존심이 상했고, 스스로 위축되는 시간이었다. 이후 2차 병원에서 1년간 봉직의 생활을 시작했다. 그 시간은 갈등의 연속이었다. 내가 보아 온 기적의 순간들을 계속 이어갈 것인지, 아니면 현실과 타협할 것인지 끊임없이 고민했다. 그러나 결국 내 선택은 전자였다. 그리고 2010년 3월, 해운대백병원 개원 멤버로 부산행을 택했다.

지역 소아 진료 현장에서

16년 전, 학연도 지연도, 일가친척도 없는 부산으로 내려왔다. 개원 초기의 병원은 소아 환자를 제대로 진료할 준비가 거의 되어 있지 않았다. 병원 내부에서는 늘 복잡한 갈등이 이어졌다. “소아외과만 해서 되겠느냐”, “인력이 부족한 다른 분야의 수술도 해야 한다”, “다른 병원에 순환 근무를 나가야 한다”는 요구가 젊은 조교수였던 나에게 쏟아졌다. 그러나 나는 쉽게 타협하지 않았다. 세부 전공으로 수련받지 않은 수술을 다른 전문가만큼 잘해낼 자신도 없었지만, 무엇보다 그렇게 타협하기 시작하면 소아외과를 끝내 지켜낼 수 없을 것 같았다. 서울아산병원과 달리 소아 전담 수술실도, 소아 마취팀도, 소아 수술에 익숙한 수술팀도 없었다. 내가 하려는 수술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조차 드물었다. 이전에는 당연하게 구할 수 있었던 물품과 약제를 찾는 일조차 쉽지 않았고, 어렵게 구하더라도 실제 환자에게 적용하기까지 수많은 장벽을 넘어야 했다. 그럼에도 함께 일하던 신생아중환자실 동료들과 밤낮없이 버텼다. 어떻게든 신생아중환자실과 응급실 시스템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애썼다. 그런 시간들이 쌓이면서 병원 내부에서도 소아청소년과와 소아외과가 반드시 필요한 분야라는 인식이 조금씩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 사이 서울의 여러 병원에서 스카우트 제안도 있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들었던 말들은 무례하게 느껴졌다. “병원에 얼마나 돈을 벌어줄 수 있느냐”, “1년에 소아 수술을 몇 건이나 하느냐”, “소아외과 수술만 해도 병원에서 문제 삼지 않느냐”, “우리 병원에 오면 탈장, 유방, 갑상선 수술도 같이 해야 한다”와 같은 질문들이 아무렇지 않게 오갔다. 그리고 대개는 “소아외과는 수익성이 낮아 채용 우선순위에서 밀렸다”는 말과 함께 대화가 끝났고, 대신 소아외과 환자 전원을 잘 받아 달라는 부탁이 뒤따르곤 했다.
지난 20년 동안 학회에서 만난 수많은 선후배들이 저마다의 이유로 소아외과를 떠났다. 적성에 맞지 않아서, 아기의 삶을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감이 너무 커서, 혹은 개인적인 사정 때문이었다. 그 중에는 병원에서 ‘1인분을 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사실상 밀려난 동료들도 있었다. 소아외과 의사의 생산성을 숫자로 환산해 ‘0.3인분’, ‘0.5인분’으로 평가하는 현실 때문이었다. 나 역시 낮은 급여와 대기 수당 없는 24시간 365일 온콜을 15년 넘게 홀로 감내하며, 희망 고문 속에서 버텨왔다. 그저 개인이 버텼다는 사실일 뿐, 그 구조가 합당하거나 지속 가능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힘들었던 것은 동료 의사들의 무심한 편견과 핀잔이었다.

소아 진료의 구조적 적자와 수가 문제

병원이 환자 수, 검사, 수술 건수로 유지되는 의료 시스템 자체를 탓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저출산이라는 거대한 사회 변화 속에서 환자 수가 줄어든 산과, 소아청소년과, 소아외과 분야의 의사들을 오랫동안 ‘밥값도 못하는 의사’처럼 취급해 온 현실은 분명 잘못되었다. 소아외과 의사는 신생아중환자실, 소아청소년과, 외과, 소아응급실이 갖추어진 종합병원이나 대학병원, 수련병원에서 일한다. 조직 안에서 의사들이 진료 수익으로 평가받고, 그 수익을 기준으로 인력을 배분하고 인센티브가 결정된다는 점에서, 환자 수가 적고 처치 시간이 오래 걸리는 소아 진료에 대한 생산성 평가는 불리할 수밖에 없다.
소아 진료의 구조적 적자는 환자 수 감소, 낮은 수가, 높은 고정비용에서 비롯되며, 여기에 상시 대기 인력에 따른 고용 부담과 의료사고 위험이 복합적으로 더해진 결과다. 특히 행위별 수가제는 소아 진료의 특성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 채, 일률적으로 정해져 있다. 신생아나 영아에게 정맥주사 하나를 놓기 위해 몇 명의 인력이 필요한지 생각해 보자. 사지를 잡아 고정하는 인력과 주사를 놓는 인력을 포함하면 최소 세 명이 필요하다. 한 번에 성공하면 다행이지만, 탈수가 심한 아이의 혈관을 확보하기 위해 한 시간 넘게 매달리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그렇다면 여기에 투입되는 시간과 기술, 인력의 가치는 성인 환자에게 정맥주사를 놓는 경우와 정말 같게 평가되어야 하는가?
미숙아 망막 검사를 위해서는 세 명 이상의 간호사가 아이의 얼굴을 고정하고 산동을 시행하며 산소포화도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한다. 두 시간 가까이 한 아이를 돌보며 검사를 시행해도 상급종합병원에서 받는 총 진료비는 39,956원이며, 보호자 부담금은 1,997원에 불과하다. 대변이 돌처럼 굳어 손으로 직접 제거해야 하는 경우에도 한 시간 가까운 노동이 필요하지만, 이에 대한 수가는 총 15,951원이고, 본인 부담금은 1,595원이다[1]. 환자 입장에서는 커피 한 잔 값으로 상급종합병원 전문의의 진료와 시술을 받을 수 있는, 자랑스러운 복지 시스템일 수 있다. 그러나 이를 제공하는 소아 진료 인력에게는 너무나도 가혹한 현실이기도 하다.
소아 심장수술 마취를 위해 몇 명의 마취과 전문의와 간호사가 매달려야 하는지, 수가를 책정하는 사람들은 과연 알고 있을까. 기관 삽관, 중심 정맥관 및 동맥관 삽입에 필요한 기술을 익히기 위해 의료진이 얼마나 오랜 시간 훈련해 왔는지, 단 한 번의 실수도 허용되지 않는 상황 속에서 얼마나 높은 집중력과 책임감을 감당하고 있는지 말이다.
이제는 우리나라의 소아 진료 환경을 더 이상 외면하지 않았으면 한다. 의정 갈등 기간 동안 환자가 줄어 어린이병원의 적자 폭이 오히려 감소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현실을 병원장이 기뻐했다는 역설적인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보건복지부가 2023년부터 어린이 공공전문진료센터 사후보상 시범사업을 시행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소아 진료의 구조적 적자를 인식하고 있다는 방증은 아닐까[2]?

소아외과계 인력 현황: 충격적인 수치

이미 소아와 외과계는 젊은 의대생과 전공의들에게 기피 분야가 되었다. 2025년 대한소아청소년외과의사연합회 심포지엄을 준비하면서 각 학회를 대상으로 현재 활동 인원, 5년 이내 은퇴 예정 인원, 지역별 분포에 대한 설문조사를 시행했다[3]. 그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모든 소아외과계 분야에서 은퇴 예정 의사는 늘어나는 반면, 신규 유입은 거의 없는 상황이었다[3,4].
조사결과, 2023년 기준 대한민국의 소아 비뇨의학 전문의는 29명에 불과했다[3,5,6]. 이는 소아 비뇨의학 전문의 1명당 잠재적 소아·청소년 인구가 약 28만 명에 달함을 의미한다. 소아 흉부외과 전문의는 33명, 소아외과 전문의는 50명, 소아 마취과 전문의는 92명, 소아 정형외과 전문의는 41명, 소아 안과 전문의는 102명으로, 여섯 과목을 모두 합쳐도 347명에 그쳤다. 소아 비뇨의학 전문의의 48%, 소아 흉부외과 전문의의 67%, 소아외과 전문의의 56%, 소아 마취과 전문의의 70%, 소아 정형외과 전문의의 59%, 소아 안과 전문의의 68%가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었다. 정확한 인원 파악이 어려운 소아 신경외과 전문의는 상근환산인력기준으로 전국 9.5명에 불과했고, 이들 모두가 서울 빅5 병원에 소속되어 있었다[3,5,6]. 당시 며칠간 관련 기사가 쏟아졌지만, 1년이 지난 지금도 달라진 것은 거의 없다[5,6].

의료사고 배상과 기피 진료의 악순환

심장 기형을 수술하는 소아흉부외과 의사들은 밤낮없이 수술실과 중환자실을 오가면서도 의료사고의 위험에 늘 노출되어 있다. 실제로 수술 후 합병증이 발생한 소아 환자에게 10억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내려지면서, 소아외과 수술에 대한 기피 진료와 방어 진료의 악순환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게 되었다[7]. 소아외과 수술은 어린 시기에 시행된 수술의 결과가 환자의 평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특성을 지닌다. 그만큼 더 큰 책임감과 신중한 판단이 요구된다. 여기에 합병증 발생 시 막대한 금전적 책임까지 감수해야 한다면, 과연 누가 이 길을 기꺼이 선택할 수 있을까? 지식을 쌓고 스스로를 단련하고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은 모든 수술에 앞서지만, 우리는 그러한 선의와 노력이 언제나 완벽한 결과를 보장하지는 못한다는 사실 또한 잘 알고 있다.
소아외과계 의사들은 소아 전문 진료를 위해, 24시간 365일 병동과 응급실의 전화를 기다리며 언제든 달려갈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대기 시간에 대한 보상 체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환자 수는 적지만,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고, 온콜 대기 부담을 오로지 개인이 혼자서 감당해야 하는 현실이 수십 년간 누적되어 왔다. 그 절망과 외면의 결과가 오늘날 산모와 소아 환자의 ‘응급실 뺑뺑이’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이미 10여 년 전부터 예견된 일이었고, 정부 차원의 소아 의료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수없이 이야기해 왔다. 그러나 실제로 달라진 것은 거의 없었다.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이 방영될 때 잠시 관심이 쏠렸을 뿐, 아이를 진료할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는 오랫동안 방치되어 왔다[8].

제도 개선의 흐름과 남은 과제

2019년 대한소아외과학회는 국회토론회에서 소아외과를 필수의료이자 공공의료의 영역으로 지정할 것을 제안한 바 있다. 또한 재정 지원과 별도의 가산수가를 적용하여, 소아외과계 전문인력이 지역별로 5인 이상 모여 진료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하였다[9,10]. 이후 소아 고난도 수술 수가 인상은 대한소아청소년외과의사연합회의 활동을 통해 조금씩 가시화되고 있다. 2024년 5월부터 체중 1,500 g 미만 미숙아 수술에는 1,000%의 수술 가산이 적용되었고, 1세 미만 환자에 대해서는 400% 가산이 적용되기 시작했다[11]. 그러나, 대한민국에서 1년에 시행되는 1,500g 미만 미숙아 수술이 과연 몇 건이나 되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또한 수술 후 빈번하게 발생하는 수가 삭감은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도 여전히 난제이다. 그럼에도 이러한 움직임들이 다음 세대를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임은 분명하다.
비단 인력 문제만이 아니다. 각 학회에 의견을 묻는 보건복지부 공문이 내려와도, 극소수 인력으로 운영되는 소아외과계에는 그 내용이 전달조차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어렵게 목소리를 내더라도 소수 의견이라는 이유로 배제되기 쉽다. 심포지엄에 참석했던 공무원들과 기자들마저 안타까움을 표했지만, 현실은 여전히 악순환 속에 머물러 있다[12]. 소아 심장수술에 반드시 필요한 인공혈관을 확보하기 위해 소아 흉부외과 의사들이 직접 업체를 찾고, 보건복지부에 제출할 서류 작업까지 감당해야 하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13]. 보험 재료 수가가 원가에도 미치지 못해 해외 업체들이 더 이상 대한민국에 제품을 공급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환자 단체가 나서서 이를 해결하려 해야 하는 현실은 대한민국 의료의 민낯을 보여준다[14].
낮은 수가는 결국 필요한 재료를 수입할 수도, 직접 만들 수도 없게 만든다. 값싸고 질 좋은 약과 재료들은 점점 사라지고 있으며, 이는 우리나라 건강보험 재정의 한계와 지속 가능성을 함께 고민하게 만드는 문제이기도 하다. 일각에서는 개업을 하든 봉직을 하든 사명감을 가지고 적자를 감수하며 필수의료를 유지하라고 말한다. 그러나 개인의 희생과 사명감만으로 유지되는 시스템은 오래 버틸 수 없다. 필수의료 인력을 고용하고 그 적자를 떠안으라고 요구하는 현재의 의료 시스템 안에서, 과연 후속 세대를 양성하는 것이 가능한 일인가?

지속 가능한 소아 진료 시스템을 위하여

누군가는 말할 것이다. “그럼 이제 포기하면 되지 않느냐”고. 그러나 나는 적어도 당분간은 포기하지 않을 생각이다. 나의 건강과 불확실한 미래를 장담할 수는 없지만, 우리나라에 50여 명 남짓 남아 있는 소아외과 의사로서의 자리를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나는 여전히 믿고 있다. 아픈 아이들이 긴 시간을 견뎌내고 다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 일상을 회복하는 순간을, 그 아이들이 건강하게 성장해 꿈과 가능성을 펼치는 순간을. 그래서 오늘도 우리는 묵묵히 자리를 지킨다.
특혜나 과도한 보상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실제 투입되는 인력·시간·위험과 상시 대기 비용이 적정하게 보상되기를 바랄 뿐이다. 작은 생명을 살리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시간과 노력, 자원이 필요하며, 그 가치가 하찮게 취급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동료와 경영진이 ‘소아’ 관련 의사들을 수익성 낮은 잉여 인력이 아니라, 뜻을 가지고 자신의 자리를 지켜 온 의사로 존중해 주기를 바란다.
소아외과 환자 수가 급격히 늘 가능성이 크지 않고 의사 수도 적은 현실에서, 모든 대학병원에 소아외과 전문의를 한 명씩 분산 배치하는 것은 당분간 쉽지 않을 것이다. 응급 수술과 중환자 진료를 24시간 유지하려면 환자 수와 관계없이 일정 규모 이상의 전담팀이 필요하기 때문에, 권역별 거점병원에 최소 5명 이상의 전문인력을 집중하고, 지역 병원과 전원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 가장 빠른 대안이다. 더불어 원가와 필수 유지비용을 반영한 수가 조정, 당직비와 온콜 대기수당 지급, 그리고 실질적인 처우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
필수의료와 건강보험에 의존하는 진료 현장을 떠난 소아청소년과, 소아외과계 의사들을 다시 돌아오게 하고 현재 일하고 있는 사람들도 떠나지 않게 만드는 지속 가능한 대한민국의 소아 진료 시스템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우리 자신에게도 말하고 싶다. 지치고 무너져 이제는 여기까지인가 싶다가도, 다시 회복해 방긋 웃는 아이와 안도의 눈물을 흘리는 부모를 마주할 때, 우리가 왜 이 일을 계속해 왔는지 깨닫게 된다. 우리는 그 기적 같은 순간들을 직접 보고,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 그것이 곧 우리의 자부심이며 존재 이유다. 그러니 부디 불운과 분노만으로 일상을 채우지 않았으면 한다. 제도가 바뀔 때까지 무작정 희생하자는 뜻은 아니다. 우리가 버티는 시간이 다음 세대의 희생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지금의 경험을 구체적인 제도 변화로 남길 수 있는 선배 외과 의사로 살아남기를 희망한다.

결론

소아외과는 환자 수에 비례하여 인력을 단순 조정할 수 있는 진료 영역이 아니다. 환자가 적더라도 응급상황에 24시간 대응하기 위해 일정 규모의 전문인력과 시설을 유지해야 하는 공공의료이자, 대한민국의 필수의료의 중심이다. 더 이상 뺑뺑이로 아이와 부모가 고통받지 않도록, 이 아이들을 진료하는 의사들이 더 이상 소외되지 않도록 지속 가능한 대한민국의 소아 진료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Conflict of interest

No potential conflict of interest relevant to this article was reported.

Funding

None.

Data availability

Not applicable.

Refer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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