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후각은 오감 중 하나로 주변의 다양한 냄새나 향기를 맡고, 음식의 맛을 느끼며, 위험한 상황을 감지하게 하는 등 인간의 생활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다[1]. 따라서 후각감퇴나 후각소실 등과 같은 후각기능의 장애는 일상생활에 악영향을 미치고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등 사회 경제적으로 심각한 문제이다. 후각기능의 장애는 정상적인 노화과정을 비롯해 상기도 감염, 비부비동 질환, 두부 손상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할 수 있는데, 원인에 따라 치료법, 예후 등의 차이를 보인다.
상기도 감염에 의한 후각장애는 후각장애를 일으키는 가장 흔한 원인으로 생각되며, 상기도 감염 이후 후각장애가 지속적으로 남아 있는 경우를 말한다[1]. 국외의 연구에 의하면 후각장애로 병원을 방문하는 환자의 18-45% 정도가 상기도 감염에 의한 후각장애인 것으로 보고되었다[2-4]. 상기도 감염에 의한 후각장애를 일으키는 원인으로 influenza virus, parainfluenza virus, respiratory syncytial virus 및 severe acute respiratory syndrome coronavirus 2 등과 같은 다양한 바이러스의 감염이 가장 흔하게 보고되었으며, 그 외 드물게 박테리아, 곰팡이 등의 감염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다[5-7]. 일반적으로 중년의 여성에서 발생하는 경향이 높다고 보고되었으며, 증상이 갑자기 발생되는 경우가 흔하다고 알려져 있다[8]. 상기도 감염에 의한 후각장애 환자의 후각 상피조직 소견에 의하면 신경상피의 리모델링과 후각 상피의 호흡 상피로의 변화, 그리고 후각 신경세포 숫자의 감소 등이 관찰되며, 후구의 부피가 감소되는 경우도 있다[8].
약물요법
1. 코르티코스테로이드(corticosteroids)
스테로이드는 강력한 항염증 효과로 비부비동 염증에 의해 이차적으로 발생하는 전도성 후각장애에서 국소 또는 경구용 스테로이드 요법의 효과가 입증되었다. 반면 상기도 감염에 의한 후각장애의 치료에 있어서는 명확한 기전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가장 많은 수의가 보고된 대표적인 약물이다. 2020년 3월까지 약 여섯 개의 연구결과들이 보고되었는데, 네 개의 연구에서는 전신적 스테로이드 사용이 유의한 치료효과를 보였다[12-17]. 대표적으로 27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후향적 연구에서 40 mg의 메틸프레드니솔론(methylprednisolone) 경구투여를 14일간 매일 시행하였을 때, 약 30%의 대상자에서 후각기능 검사상의 호전이 있었음이 보고되었다[15].
스테로이드 국소요법에 대해서는 네 개의 연구결과가 보고되었고, 그 중 세 개의 연구결과에서 치료효과를 보고하였다[18-21]. 대표적으로 스프레이 방식의 국소 스테로이드 요법에서 유의한 치료효과가 없었던 연구결과와 더불어[18] 133명을 대상으로 한 전향적 연구에는 5 mg의 덱사메타손(dexamethasone)이나 베타메타손(betamethasone) 국소 주사요법을 10주까지 비교적 장기간 투여하였을 때 약 50%의 환자에서 후각기능의 호전을 보고한 바 있다[19]. 혈액순환 개선의 효과를 보이는 Ginkgo biloba를 경구 프레드니솔론(prednisolone)이나 모메타손(mometasone) 비강 스프레이와 동시 투여한 경우에는 Ginkgo biloba를 동시에 투여하지 않은 그룹에 비해 유의한 치료효과가 없는 것으로 보고되었다[16].
3. 미노사이클린
미노사이클린(minocycline) 항생제는 신경세포에서 세포자멸사를 방해하고, 신경을 보호하는 효과를 보여 신경학적질환에 사용되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상기도 감염에 의한 후각장애 환자를 대상으로 한 전향적 연구에서 100 mg의 미노사이클린을 하루 두 번 3주간 사용하였을 때 위약을 투여한 그룹과의 효과를 비교하였을 때 유의한 후각기능의 호전이 입증되지 못했다[24].
4. 카로베린
카로베린(caroverine)은 퀴녹사실린(quinoxaline) 유도체로서 글루타메이트(glutamate)에 의한 신경세포 독성을 막는 기전으로 상기도 감염에 의한 후각장애 환자의 치료에 제시되었다. Quint 등[25]의 보고에 의하면 120 mg의 카로베린을 매일 4주간 투여하였을 때 무후각증을 보인 환자에서 유의한가 있었으나, 후각 저하증을 보인 환자에는 명확한 치료효과가 없었다.
5. α-리포산
α-리포산(alpha lipoic acid)은 신경성장인자, substance P, neuropeptide Y 등의 발현을 증가시켜 신경세포의 재생을 돕는 기전과 항산화 효과를 바탕으로 당뇨병성 신경질환에 사용된 약물로, 같은 기전으로 후각수용신경세포의 재생을 도울 것으로 생각되어 상기도 감염에 의한 후각장애 환자의 치료에 활용되었다. Hummel 등[26]에 의한 전향적 연구에서 600 mg의 α-리포산을 매일 경구 투여하였을 때 50% 이상의 환자에서 유의한 후각기능 검사상의 호전을 보고한 바 있다.
6. 황산 아연
상기도 감염에 의한 후각장애의 경우 바이러스 감염에 의해 후각수용체세포의 모세포가 소실되어 신경재생능력이 손상된다고 알려져 있는데, 황산 아연은 후각상피세포에서 수용체세포의 재생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보고되어 상기도 감염에 의한 후각장애 환자의 치료에 활용되었다. 그러나 임상연구에서는 명확한 치료효과가 입증되지 못하였다. 184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300 mg의 황산 아연을 한 달간 매일 투여하였을 때 대조군과 비교하여 유의한 치료효과를 보이지 못했다[27].
최신 치료경향
2009년 독일의 Hummel 등[28]에 의해 새롭게 제시된 후각 자가훈련은 좋은 치료효과를 보이고 있다. 후각 자가훈련은 인간의 후각신경계에 가소성이 있어 반복적인 훈련으로 후각기능이 향상될 수 있다는 이론에 착안된 치료법으로 일반적으로 후각자극물질 네 가지를 종류별로 각 10초씩 맡는 훈련을 아침 저녁으로 매일 반복하는 내용이다. 최근 수년간 전 세계적으로 여러 그룹이 상기도 감염에 의한 후각장애의 치료에 있어 후각 자가훈련이 유의한 효과를 보였다는 연구결과들을 보고하고 있어 희망적인 치료법으로 생각된다[29-31]. 전통적인 후각 자가훈련법을 변형하여 훈련용 시약을 변화시키는 스케줄을 통하여 전통적인 훈련법보다 더 좋은 치료효과를 보고한 결과도 있다[32].
결론
상기도 감염에 의한 후각장애의 약물치료에 관하여 스테로이드, 카로베린, α-리포산 등의 약제가 치료효과를 보인다고 개별적인 연구에서 보고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발표된 메타분석 연구에서는 기존에 보고된 약물치료들 중에서 명확한 치료효과가 입증된 약제가 없다고 보고되었다[33].
결론적으로 전신적/국소적 스테로이드 요법의 조심스러운 사용이 일부 환자에서 시도될 수 있으나, 모든 환자에서 효과가 있는 것이 아니며 잠재적으로 발생 가능한 부작용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33]. 그 외 유의하게 치료효과가 제시된 적이 있던 약제들에 대해서는 연구논문의 숫자가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에 유의한 치료제로 받아들이기에는 한계가 있다[33]. 최근 수년간 후각 자가훈련이 유의한 효과가 있는 치료법으로 제시되고 있고, 부작용이 없는 안전한 치료법이므로, 상기도 감염에 의한 후각장애의 치료에 후각 자가훈련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향후 약물치료와 후각 훈련의 병용 등에 대한 활발한 연구가 시행되어야 할 것이다.